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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로 완성되는 공간화이트스톤 갤러리 × 쿠마 켄고의 도전
2024.10.25
ART × ARCHITECTURE
The exhibition view: We Love Korea II (Photo by Hongseok Kim)
2023년 9월에 개관한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은 개관 1주년을 맞이했다. 이를 기념하여, 예술과 건축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ART × ARCHITECTURE"" 시리즈의 일환으로 갤러리의 핵심 요소인 ""공간""을 깊이 있게 조명하며 그 매력을 소개한다.
남산 자락에 위치한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은 건축가 쿠마 켄고(隈研吾)의 리노베이션을 통해 기존 건축의 중요 요소들을 보존하면서 현대 미술을 위한 세련된 전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쿠마 켄고와 그의 팀이 어떻게 이 공간을 설계했는지, 그 배경과 과정을 살펴본다. 아트 갤러리로서 요구되는 공간의 요소는 무엇인지, 쿠마 켄고가 설계에서 중요시하는 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서울이라는 도시와의 협업 속에서 탄생한 ""화학 반응""은 어떤 모습인지, KKAA(쿠마 켄고 건축 도시 설계 사무소) 스태프와의 인터뷰를 통해 갤러리의 공간이 가진 건축적 매력을 파헤쳐 본다.
The grand opening exhibition view: We Love Korea
기존 건축물을 활용한 리노베이션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존 건축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였습니다.""
KKAA의 파트너 토베 마사토시(戸部正俊)는 이렇게 말했다.
Whitestone Gallery Seoul은 원래 레스토랑과 요식업 시설로 사용되던 건물을 리노베이션한 공간으로, 복잡한 구조를 어떻게 아트 갤러리로 변화시킬 것인지가 큰 과제였다. 단순한 개조가 아니라, 건물의 기존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예술 작품이 가장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다.
천장의 비스듬한 선이나 기존의 소재를 그대로 남김으로써, 복잡성과 화이트 큐브의 추상성이 충돌하여, 다른 갤러리에서는 볼 수 없는 개성 있고 매력적인 공간이 탄생했다. 이러한 건축과 예술의 조화는 쿠마 켄고의 디자인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Whitestone Gallery Seoul B1F Space
지하 1층은 공간의 시각적 안정감이 특히 중요하게 고려된 곳이다. 대형 계단과 높은 천장이 공간에 웅장함을 더하여,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널찍한 지하 1층 공간은 대형 작품도 여유롭게 전시할 수 있다. 다른 층의 바닥은 모르타르(회나 시멘트에 모래를 섞고 물로 갠 것)로 마감되어 회색빛이지만, 지하 1층에서는 기존의 타일을 활용해 독자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서울은 오래된 건물을 카페로 개조하거나, 새로운 것과 이질적인 요소를 조합하여 마치 화학 반응처럼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의 리노베이션에서도 그러한 복잡성과 추상성의 융합이 훌륭하게 느껴집니다."" — KKAA 파트너 토베 마사토시
The exhibition view: SOONIK KWON: Today
복잡한 구조와 추상적 예술 공간의 만남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은 지하 1층부터 루프탑까지 6개 층으로 구성된 거대한 갤러리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공간은 복잡한 구조와 예술 공간이 교차하는 2층의 전시 공간이다. 기존의 스킵 플로어(바닥 높이를 다르게 한 구조)를 활용해 다양한 크기의 전시실이 유기적으로 배치되었다.
엘리베이터 홀에서 오른쪽 계단을 내려가면 높은 복층 공간과 넓은 벽이 펼쳐지며, 이곳에서는 대형 작품들이 위엄 있게 방문객을 맞이한다. 반면, 왼쪽 계단을 올라가면 아담한 전시 공간이 있어 조용히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From the exhibition view: The color BLUE: Katsuyoshi Inokuma, Lee Chae, Liu Ke.
비스듬한 기둥과 벽, 천장의 배치는 공간에 역동성을 부여하며, 작품을 더욱 인상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기존의 단조로운 화이트 큐브와는 차별화된, 생동감 넘치는 전시가 가능해졌다.
""저는 특히 2층의 복층 공간을 좋아합니다. 이곳은 원래의 구조가 매우 복잡해서 새로운 목적에 맞게 공간을 여닫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벽을 추가해 수직 전시 공간을 만들었고, 덕분에 작가의 작품을 효과적으로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전시실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2층 중간 공간은 방문객과 공간 간의 상호작용이 훌륭하게 어우러져, 편안한 전시 공간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아트 갤러리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친밀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 KKAA 스태프 노에미
Whitestone Gallery Seoul
기존 공간에서 영감을 받은 리디자인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에서는 기존 건축 요소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갤러리의 각 층은 원래 건물의 특성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디자인 요소가 교모하게 접목되어 있다.
4F 석정의 모습
예를 들어, 지하 1층에서는 대형 계단 옆에 벽을 추가해 엘리베이터 홀이 직접 보이지 않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방문객들은 계단을 내려갈 때 공간의 일관된 흐름을 느낄 수 있어 시각적 통일감이 유지된다. 또한, 4층 전시실에는 루프탑으로 이어지며 ""건널목"" 역할을 하는 석정(石庭)이 마련되어 있다. 작품 감상은 예술가와의 정신적 대화를 동반하기에 때때로 집중력과 에너지를 요구한다. 이처럼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은 감상 경험을 더욱 깊고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서로 다른 층을 연결하는 하나의 따뜻한 수직선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은 각 층마다 개성이 뚜렷한 공간을 제공하지만, 이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4층에서 지하 1층까지 이어지는 ""커튼""이다.
투박한 콘크리트부터 부드럽게 흔들리는 커튼, 섬세한 유리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커튼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공간 전체에 통일감을 주는 건축적 요소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커튼이 만들어내는 빛과 그림자의 조화는 콘크리트의 중후함과 유리의 섬세함을 돋보이게 하며,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공간을 완성한다.
갤러리 입구 바로 안쪽에 있는 리셉션 홀. 뒤쪽에는 유리로 둘러싸인 계단이 보인다.
주변 지역과의 조화
서울역에서 남산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이 풍부한 녹음을 배경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쿠마 켄고는 ""건물을 검은색으로 만들어 건축적 존재감을 줄이고, 도시 일상에서 추상적인 예술 공간으로 전환하는 경험을 유도했다""고 설명한다. 검은색으로 통일된 외관 유리는 공원의 녹음을 반사하여 건물이 주변 풍경에 녹아드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서울의 거리를 주황빛으로 물들이는 석양이 한눈에 들어오는 루프탑
루프탑에 오르면, 남산공원의 녹음이 시야에 들어오며 도시와 자연이 맞닿는 특별한 공간이 펼쳐진다. 마치 그림을 감싸는 액자처럼, 프레이밍된 풍경 너머로 서울의 바람과 빛을 느끼며 감상의 여운에 잠길 수 있다.
갤러리의 마지막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이 루프탑은, 전시의 연장선에서 ‘도시의 오아시스’가 되어 방문객에게 평온한 시간을 제공한다.
The exhibition view: We Love Korea II
""최근 갤러리와 전시 공간에 대한 관심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 야외 공간은 다른 아트 갤러리에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은 전시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마치 공원처럼 방문객들이 편안하게 머물며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 KKAA 하우정(준)
Whitestone Gallery Seoul
자연과 공명하는, 예술을 위한 공간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은 쿠마 켄고의 디자인 철학을 온전히 담아낸, 건축과 예술이 울려 퍼지는 특별한 공간이다. 방문객은 이곳에서 새로운 발견과 감동을 경험하고, 디테일 하나하나에 깃든 정성과 의도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쿠마 켄고가 특히 고집했던 것은, 건축을 자연과 조화시키고 도시의 소음을 잊게 할 만큼 고요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루프탑에서는 남산공원의 녹음이 자연스럽게 끌어들여져, 건물이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었다. “녹색의 레이어를 통해 건물이 자연의 일부가 되도록”이라는 쿠마 켄고의 접근 방식은 이 갤러리를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자연과 대화를 나누는 장으로 완성시켰다.
화이트스톤 갤러리 웹사이트에서는 ‘ART × ARCHITECTURE’라는 제목으로, 예술과 건축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특집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두 분야의 상호작용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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