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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방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Pony Brown의 작가 MANE가 여는 현대미술의 문
2025.09.26
INTERVIEW
재치 있는 작품으로 사랑받아 온 MANE 작가는 단순한 터치와 부드러운 색채로 일상을 풍요롭게 만든다. 이번 개인전 《The Room I Still Dream Of》에서는 유화를 겹겹이 쌓고 음영을 활용하여 어린 시절의 기억과 풍경을 그려낸다. 본 인터뷰에서는 그의 변화와 그 배경에 대해 들어보았다.
기억의 방에 잠든 감정을 그리고 싶다
이야기하는 MANE와 뒤에 비친 작품들
ー이번 전시 《기억이라는 이름의 방》를 구상하게 된 계기나 아이디어는 무엇이었나요?
MANE: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는 ‘기억’이라는 하나의 방이 있습니다. 현실의 공간이 아니라, 마음 깊숙이 남아 있는 감정의 풍경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혼자만의 상상,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 오래도록 마음에 머문 장면들이 그 안에 고요히 머물러 있습니다.
ー어린 시절의 기억과 감정을 작품화하면서, 발견한 점이나 작가님 자신에게 특별한 변화가 있었나요?
MANE: 어린 시절의 기억을 다루면서 제 삶의 속도가 달라졌습니다.
마리프가 장난감을 안거나 창밖을 바라보는 장면들을 그리면서, 작은 걸음들을 기다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선명함이 반드시 날카로움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사랑은 소유하지 않아도 머무를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곁에서 지켜보는 캐릭터들

MANE의 작업 풍경
ー일러스트레이터로서 널리 알려져 왔는데, 현대미술로 표현을 확장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MANE: 오랫동안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해왔지만, 감정이 더 오래 머무는 방식을 찾고 싶었습니다.
회화는 서두르지 않고 차곡차곡 쌓을 수 있게 해줍니다. 저는 캐릭터가 상품의 경계를 넘어 살아 움직이길 바랐고, 그래서 작업의 확장을 시도했습니다. 관객들이 그들을 단순한 물건이 아닌 동반자로 만나길 바랍니다.
ー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Ponybrown 캐릭터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나요?
MANE: 공통점은 ‘시선’입니다. 포니브라운의 캐릭터와 이번 전시의 인물들은 모두 세상을 다정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차이점은 ‘무게와 방식’입니다. 포니브라운은 일상의 메시지로 말했고, 이번 전시의 인물들은 물감과 여백, 그리고 침묵으로 말합니다. 귀여움보다 감정이 머무는 자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부드러운 화면에 켜켜이 쌓인 기억의 층

MANE의 작업 풍경
ー이번 전시에서는 기억을 시각화하기 위해 어떤 재료와 기법을 사용하셨나요?
MANE: 주로 캔버스에 유화를 사용하고, 때로는 나무를 잘라 유화로 채색합니다.
캔버스 표면은 젯소와 샌딩을 여러 번 반복하여 자주 만지는 종이처럼 부드럽게 다듬고, 그 위에 유화의 여러 레이어를 쌓아 밀도 있는 장면을 만듭니다. 나무는 캔버스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을 더 극대화하기 위해 선택합니다.
둥글거나 두껍거나 튀어나온 형태로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시선이 천천히 움직이며 기억이 사실이라기보다 ‘들어가는 방’처럼 느껴지도록 합니다.
영화와 일상이 들려주는 고요한 영감

작가의 아틀리에
ー작업 과정에 영향을 준 사건이나 인물, 혹은 미술 이외의 영감의 원천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MANE: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에서 느낀 다정함과 순수함이 큰 영감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아이의 모습을 다루지만, 아이들을 위한 캐릭터와 스토리가 아니라, 순수했던 시절을 어른이 된 나의 시선으로 담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제가 키웠던 아비시니안 고양이는 마리프의 눈과 입 모양을 떠올리게 한 중요한 영감이었습니다.
그리고 헌 책과 오래된 장난감, 새벽의 고요, 주전자 물 끓는 소리 등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서도 영감을 받습니다.
이런 단순한 것들이 제 작업을 더욱 정직하게 만들어 줍니다.
ー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표현이나 프로젝트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MANE: 어린 시절의 기억과 환상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확장하고 정립하여, 거대한 조각과 벽화, 그리고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조각들이 울퉁불퉁하더라도, 멀리서 보았을 때는 하나의 세계를 이루는 표현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일러스트에서 현대미술로 확장된 MANE작가의 표현은 관람객을 ‘기억의 방’으로 조용히 이끈다. 그곳에는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과거의 감정과 풍경이 겹겹이 쌓여 있으며, 작가의 시선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가 피어난다.
MANE: The Room I Still Dream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