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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가 켄토 × 히지카타 메이지|예술을 통해 기억을 엮다

2025.07.01
INTERVIEW

가와사키시 오카모토 타로 미술관의 히지카타 메이지 관장이 아티스트와의 대화를 통해 작품을 탐구하는 시리즈. 이번에는 Kis-My-Ft2의 멤버이자, 최근 아티스트로서도 주목받고 있는 센가 켄토를 만났다.

이번 편에서는 센가가 예술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와, 독자적인 제작 스타일을 확립하게 된 배경, 그리고 연예계에서 받은 영향을 바탕으로 어떻게 아티스트로서의 개성을 획득했는지를 깊이 있게 다룬다.

예술로 가는 문을 열어준 할머니와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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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이즘(FiNGAiSM)의 캐릭터인 “미로”(좌)와 “에이미”(우)

히지카타: 센가 씨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개인전을 다섯 번이나 개최하는 등 아티스트로서 큰 주목을 받고 계십니다. 어린 시절부터 연예 활동을 해오셨는데, 예술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센가: 저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할아버지는 인쇄 회사를 운영하셨고, 할머니도 그 회사에서 일하셨어요. 부모님은 맞벌이 부부셨기 때문에 저는 자주 할머니 댁에 가곤 했고, 일하시는 할머니 모습을 그리는 것이 제 일상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정말 상냥한 분이셨고, 제 말도 잘 들어주셨습니다.

그런 할머니가 누군가에게 무언가 건네는 장면은 자주 봤지만, 반대로 무언가를 받는 모습은 거의 본 적이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쯤에 제가 뭔가 해드릴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평소에 자주 그리던 할머니의 그림을 선물로 드려봤습니다. 그랬더니 너무 기뻐하시더라고요. 그게 저한테는 큰 자신감이 되었고, 이후 매일 할머니께 그림을 드리게 됐습니다. 어느새 할머니의 침실은 제 그림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 무렵 연예 활동을 시작하게 되어 도쿄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히지카타: 연예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하신 건가요?

센가: 초등학교 6학년 때입니다. 어른이 되어 그룹으로 데뷔할 즈음, 할머니가 알츠하이머병을 앓기 시작하셨습니다. 점점 가족의 얼굴이나 이름도 잊어가셨고… 저는 자주 찾아뵀지만, 어느 순간 저조차 기억하지 못하시게 됐습니다. 그때 제가 발매했던 CD나 부채 같은 걸 보여드려도 잘 기억하지 못 하셨습니다. 그런데 문득, 어릴 적 할머니께 드렸던 그림이 떠올라서 그걸 보여드렸더니 할머니가 제 기억을 되찾으시고, 눈물을 흘리시며 제 이름인 “켄토”를 불러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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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센가

센가: 그로부터 약 2주 뒤에 할머니는 돌아가셨지만, 그 일이 사람의 기억에 남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일종의 사명감, 혹은 강한 흥미를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인물화를 그렸는데, 그것이 지금의 캐릭터들로 발전하게 되었죠. 할머니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경험이 제 예술의 큰 주제가 되었습니다.

히지카타: 그러면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예술에 진지하게 임해보자고 생각하신 건 몇 년 전쯤입니까?

센가: 한 5년 전쯤인 것 같습니다. 데뷔하고 5년 정도는 연예 활동이 제일 우선이었고, 제가 그림을 좋아했다는 것조차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와의 일이 계기가 되어, 원래 가지고 있던 꿈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히지카타: 그렇군요. 할머님과의 재회가 하나의 계기가 되어, 어릴 적의 여러 추억을 다시 떠올리고 방향성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신 거군요.

센가: 맞아요. 그게 서른이 되기 직전쯤이었는데, 제게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할머니가 돌아가신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일을 계기로 지금도 이렇게 연예 활동을 하면서 현대미술에도 계속해서 몰두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선으로 표현하는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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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역동적인 붓질이 전해진다

히지카타: 그림은 독학으로 배우신 거죠? 캔버스를 직접 마주했을 때 그림을 어떻게 그려나갈지에 대한 기술적인 어려움도 있었을 텐데, 그 부분은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센가: 저는 뭔가를 시작하면 깊이 파고드는 성격입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그려야 할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데 마침 스도 슌이라는 현대미술 작가와 아는 사이였고, 함께 그림을 그릴 기회가 있었습니다. 스도 씨는 스푼에 물감을 담아서 툭툭 떨어뜨리며 그림을 그리시는데, 저도 그걸 함께 해보면서 ‘아, 선이라는 건 이렇게 자유로울 수 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그전까지 제 선은 굉장히 압이 강하고 딱딱했거든요. 그런데 그 경험을 통해 자유라는 감각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그 직후 코로나가 시작돼서 시간이 정말 많아졌고, 저는 계속해서 캔버스와 마주하며 선을 그리고 또 그렸습니다.

히지카타: 그림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서 현대미술 작가에게 그런한 자극을 받았다는 건 정말 좋은 경험이었겠군요. 만약 데생 학원 같은 데를 다녔다면 선이 더 딱딱해지고 자유로운 표현은 오히려 어려워졌을지도 모릅니다. 의식적으로 조절하지 않는 무의식의 선도 표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현대미술은 말해주고 있고, 그런 감각을 일깨워준 셈이죠. 센가 씨의 작품에는 그런 자유로움, 다시 말해 미술을 정식으로 배운 사람들에게서 종종 느껴지는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런 점은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센가: 감사합니다. 저는 그다지 답답함을 느끼지 않습니다. 오히려 작품이 거의 완성되고 마지막 10퍼센트 정도 남았을 때가 가장 답답하고, 그 전까지는 정말 자유롭습니다.

히지카타: 그럼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꽤 즐거운 편이겠군요?

센가: 네, 제가 가장 저 자신일 수 있는 순간입니다.

연예계에서 길러진 ‘요구받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의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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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중인 모습

히지카타: 연예계나 소속사 선배들 중에서도 예술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이 계신데, 그런 분들로부터 자극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까?

센가: 당연히 자극이 됩니다. 선배님들 모두 존경하고 있고, 특히 예술의 길을 선택하신 분들은 전혀 다른 삶의 방향을 걷고 계시기에, 그 자체로도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그런 가운데 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울림을 줄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단지 제가 그리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제가 하고 싶은 것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제가 연예계에서 배운 것입니다.

히지카타: 그렇군요. 작품을 보면 음악과 춤 같은 요소들이 예술에 잘 녹아들어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신체성’, 즉 아티스트 자신의 몸을 통해 표현하는 부분이 센가 씨 작품에서도 느껴집니다. 그건 음악과 춤을 깊이 있게 탐구했기 때문에 가능한 리듬감이나 즉흥성이 잘 녹아들은 것이겠죠.

예술의 뿌리는 축제에 있고, 그곳에서는 음악도 춤도 회화도 하나였다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장르가 전문화되면서 더욱 세련되게 바뀌었지만, 그만큼 힘은 약해졌다는 말도 있죠. 센가 씨는 순수미술의 교육을 받은 것이 아니라 연예 활동을 통해 음악과 춤을 익히고 회화로 나아갔다는 점이 예술적 표현의 깊이를 더하는 것 같습니다.

센가: 정말 기쁜 말씀입니다. 예술의 세계는 역사도 깊고 다양한 사상과 개념들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제가 실제로 느끼고 체험한 것을 그대로 녹여내고 싶어요. 제 개인전에서는 기본적으로 음악도 제가 작곡하고, 애니메이션도 만들고, 그 안의 안무도 제가 직접 만듭니다.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는 말을 하진 않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페인팅 작품에 캡션을 붙여서, 마음속 목소리를 드러냅니다.

저는 예술이란 결국 보는 사람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라이브 공연을 만들 듯이, 저만의 엔터테인먼트 세계를 개인전에서 완전히 구축하여, 관람객들을 설레게 하거나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그 감정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러한 마음에서, 조명이나 피규어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습니다. 회화라는 틀에만 갇히지 않고, SNS를 통해서도 잘 전달될 수 있는 예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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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가만의 독창적인 표현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다

히지카타: 센가 씨는 전문 화가와는 전혀 다른게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미술 세계에 접근하고 있다는게느껴집니다. 미술대학을 나와 화가가 되면, 기존의 아카데믹한 미술의 표현 방식이나 그리기 방식, 그리고 한 장의 작품을 완성된 형태로 제시해야 한다는 몇백 년간 이어져 온 형식에 쉽게 얽매이게 됩니다.

자신의 전시를 하나의 엔터테인먼트로 구성한다는 감각은 기존의 화가들 사이에서는 드문 발상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관람자를 무시한 전시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죠. 하지만 센가 씨는 라이브나 콘서트처럼 공간 전체를 연출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생각하고 있고, 그것이 개인전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이것도 역시 지금까지 쌓아오신 경험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것이겠지요.

센가: 정말로 제가 연예계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지금의 제 예술은 존재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손가락 캐릭터들도, 제가 그룹 멤버나 후배들에게 안무를 짤 때, 팬 여러분과 함께 춤출 수 있도록 의식하면서 손의 움직임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경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SMAP 선배님의 ‘세상에 하나뿐인 꽃’ 같은 퍼포먼스에서도 배운 게 많았습니다. 어떤 손 모양으로 만들 것인지, 그 모양에 어떤 의미를 담을지, 그리고 그것을 팬 여러분과 어떻게 공유하고 쉽게 기억하게 만들 수 있을지, 그런 안무의 구상이 이 손가락 캐릭터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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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담은 손끝

센가 켄토가 자신의 과거와 진지하게 마주하며 이야기하는, 예술에 대한 마음과 표현에 대한 고집.

후편에서는 그의 창작의 핵심이 되는 ‘핑거이즘(FiNGAiSM)’을 중심으로, 앞으로의 비전과 아티스트로서의 지향점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센가 켄토:Essence of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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