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은 오는 12월 13일부터 2026년 1월 18일까지 《Where Winter Meets Our Glow—우리가 마주했던 기억이 비춰오면》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오혁진·김선희·김자경 세 명의 작가가 회화·조형·영상이라는 서로 다른 매체를 통해 기억의 본질을 탐구하고, 기억이 개인의 삶에 남기는 정서적·감각적 흔적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전시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 창작자 37인이 남긴 ‘기억’에 관한 하나의 글귀에서 출발한다. 서로의 삶에서 비롯된 이 문장들은 각기 다른 시간과 감정을 품고 있으며, 세 작가는 이를 새로운 창작의 단초로 삼아 타인의 경험을 작품 속에 구현한다. 이 과정 속에서 개인적인 기억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으로 확장되며, 과거에 머물렀던 기억은 현재의 나를 구성하는 요소로 다시 자리 잡게 된다.

오혁진은 타인의 서사에서 비롯된 기억을 회화로 풀어낸다. 젤스톤과 오일 파스텔을 활용하는 그의 작업은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표면을 만들어 내며, 그 위에 더해진 차분한 색감은 감정의 흔적을 더욱 섬세히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여러 개인들이 남긴 짧은 문장을 각기 다른 화면으로 옮기며, 언어로는 표현되지 않은 감정까지 색과 질감 속에 담아낸다.

김선희는 빛이 가진 실재성과 물성을 통해 기억이 쌓이고 변형되는 과정을 다층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빛의 투과, 반사, 잔상에서 생기는 공간적 왜곡과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명암을 활용해 기억 속에 남은 시간과 감정이 현실 공간으로 드러나는 장면을 조형적으로 구현한다. 빛이 공간을 채우고 사라지는 과정 속에서 관람객은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빛과 감각의 관계, 그리고 그 안에 남아 있는 기억의 흔적을 경험하게 된다.

김자경은 전통적인 ‘과거–현재–미래’의 선형적 시간 구조에서 벗어나, 감정의 파편들이 서로 겹쳐지는 또 다른 차원의 시간을 탐구한다. 일반적인 영화적 서사가 시간의 흐름을 따라 전개되는 것과 달리, 이번 전시의 영상은 덧입혀지고 중첩된 이미지를 통해 비선형적 순간들을 포착한다. 작가는 샤워 중 불현듯 스치는 장면, 익숙한 냄새에 갑작스레 생각나는 감정, 꿈속에서 만난 얼굴처럼 무의식의 틈을 통해 현재를 관통하는 기억을 표현한다.

이번 전시는 프레그런스 브랜드 언베니쉬(UNVANISH)와의 협업을 통해 후각적 경험을 더한다. 각 공간에 배치된 서로 다른 향은 관람객이 시각과 후각을 넘나들며 기억의 정서를 공감각적으로 인식하도록 이끌고, 기억이 남기는 감정의 잔향을 전시장 전체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Where Winter Meets Our Glow—우리가 마주했던 기억이 비춰오면》은 기억을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의 삶을 비추며 잔존하는 형상으로 바라본다. 세 작가는 기억을 물질·빛·시간을 매개로 재해석하여,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공유하고 새롭게 받아들이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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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혁진(b.1997)은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뒤, 감정의 결을 회화적 형식으로 옮겨오며 자신만의 회화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거칠고 불균질한 표면 위에 따뜻한 색채가 스며들며, 인생의 불완전함과 그 안의 온기를 동시에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37인의 예술인들이 남긴 기억의 서술을 색과 질감의 질서로 치환하는 과정을 시도한다. 서술의 어조가 절제될수록 붓질의 결이 도드라지며, 감정의 밀도와 회화적 리듬이 더욱 응결된 형태로 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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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b.1985)는 입체 조형과 사진을 전공한 뒤, 빛을 매개로 실체와 감각의 관계를 탐구하는 조형 작가이다. 그는 빛을 단순한 물리적 현상이 아니라 존재의 경계를 드러내는 조형적 실체로 다루며, 빛이 지닌 다양한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종이 레이어를 활용한 대형 설치작품은 허공 속에 머무는 시간과 빛을 시각화하며, 빛이 물질에 스며들었다가 다시 발현되는 순환을 공간 안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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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경(b.1980)은 오랜 기간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활동해 온 영상 연출자이다. 그는 엑소, 레드벨벳, 뉴진스, 엔믹스 등 국내 주요 아티스트들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세련된 색채와 정교한 프레임 감각을 선보여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빈 캔버스와 프로젝션을 함께 활용해 여러 영상 레이어를 겹치며, 서로 다른 시점과 감정이 한 화면 위에 중첩되는 작품을 선보인다. 관객은 흘러가는 시간 대신 떠오르고 사라지는 기억의 흐름을 따라가며, 일상의 틈에서 문득 되살아나는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전시 플레이리스트

전시에 참여하신 예술인 한 분 한 분께서 전해주신, 어떤 날의 기억을 데려오는 노래들을 모아 플레이리스트로 준비했습니다. 전시를 기다리시는 동안, 음악과 함께 전시의 분위기를 조금 먼저 만나보세요.

플레이리스트

전시가 시작되기 전, 음악을 통해 작가들의 영감과 전시의 분위기를 미리 경험해 보세요.

📹 37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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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서울시 용산구 소월로 70
+822 318 1012

Opening Hours: 11:00 - 19:00
Closed: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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