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은 오는 4월 18일부터 5월 24일까지 한국과 일본의 젊은 남성 작가, 이주영, 카쿠타니 키쇼, 타케우치 유다이의 3인전 《유영하는 물고기》를 개최한다. 물속을 유영하는 물고기처럼, 우리는 때때로 분명한 방향 없이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나아간다. 불확실함을 뒤로 한 채 각자의 방식으로 움직이는 이 유영의 모습들은 아직 완전히 정의되지 않은 청춘의 상태를 닮아 있다. 세 작가는 현실에서 마주하는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각기 다른 접근으로 탐색하며 작품으로 표현한다.
유영하는 물고기
Seoul
2026.04.18 - 05.24
이주영
이주영은 그동안 도시 공간 속 ‘투명 방음벽’이 인간에게는 소음을 차단하는 유용한 구조물이지만 새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자 죽음의 벽이 된다는 점에 착안해 작업을 이어왔다. 방음벽과 버드세이버들에서 새롭게 시선을 확장한 이주영은, 이번 전시에서 유리 표면과 반사된 풍경, 그리고 안개나 구름처럼 흐릿하게 남는 이미지에 주목하며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는 시각 경험을 회화로 풀어낸다.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선명하게 대상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바라본 이후에도 잔상처럼 남아 흐릿하게 지속되는 이미지의 상태이다. 앞으로 나아간다고 믿고 있지만 실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상태 ‘링반데룽(Ringwanderung)’을 시각화하며, 불확실한 시선 속에서 ‘그 너머를 바라본다’는 행위의 의미를 되묻는다.
ABOUT
단국대학교 예술대학에서 서양화를 공부한 작가
이주영은 도시 주변의 작은 존재들과 공존의 모순 관계에
주목해왔다. 최근에는 사람의 주거 공간을 도로
소음으로부터 보호하면서도 새들에게는 치명적인 투명
방음벽에 관심을 두고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GPS 맵을 이용해 새가 죽는 장소를 찾아 관찰하며
작업을 시작한 작가는, 투명 방음벽을 회화적으로 탐구해
나간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다양한 블루톤
색감을 사용해 초점이 나간 듯한 어렴풋한 모습을
표현한다. 작가 이주영은 이처럼 작은 존재들을 주제로
작업하며, 경계에 놓인 작은 존재들의 생존 이야기를
기록하고, 모든 존재를 생명의 가치를 중심으로 동등하게
바라보며, 깊은 연민을 담아낸다.
카쿠타니 키쇼
카쿠타니 키쇼 작가의 작품에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노이즈’ 뒤에 가려진 장면들이 존재한다. 때로는 창문처럼, 때로는 커튼과 같은 형태로 관람객의 시야를 제한함과 동시에 가려진 풍경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의 작업에서 ‘노이즈’는 이미지를 방해하는 요소가 아닌, 관람자의 인식 속에서 이미지가 새롭게 생성되도록 만드는 매개체이다. 궁극적으로 이는 관람객과 이미지와 연결해 주는 필터이자, 동시에 세계와 작품, 그리고 작가가 자아를 분리하는 경계로 작용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이 경계적 공간(liminal space)속에서, 존재감과 불안정성, 그리고 개념적 깊이가 생성된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Scrawl〉연작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풍경을 지우며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가시화한다. 노이즈를 통해 흔들리는 지각 속에서 이미지는 하나로 고정되지 않고 관람자의 시선에 따라 끊임없이 다르게 해석된다.
ABOUT
타케우치 유다이
타케우치 유다이는 ‘검정’을 단순한 색채를 넘어 또 하나의 시공간으로 확장시키며, 서로 다른 차원의 시간과 감각이 교차하는 회화적 장면을 구축한다. 그의 화면에서 검정은 마치 하나의 포털처럼 작동하며, 일상의 풍경을 다른 차원의 흐름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잠’이라는 수면 상태에 주목한다. 잠에 빠져들기 직전,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오가는 순간에 경험되는 감각, 특히 세계가 전환되거나 뒤집히는 듯한 전환의 순간은 그의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는 세계로부터 단절된 듯하면서도 동시에 어딘가와 연결되어 있는 이중적인 상태를 드러내며, 현실과 비현실 사이를 유영하는 감각을 시각화한다.
ABOUT
타케우치 유다이는 2000년에 태어나 독학으로 미술을 익힌 작가로, 대담한 붓질과 선명한 색채를 특징으로 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은 강렬한 생명력을 드러내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노화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주제가 깊이 자리하고 있다. 작가는 일본 사이타마와 어머니의 고향인 필리핀의 풍경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자유가 억압된 사회와 제도적 한계에서 비롯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작업에서 표출한다. 타케우치의 작품 속 ‘검정’은 단순한 색채가 아닌, 독자적인 시간의 흐름을 가진 작가만의 세계를 의미한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감수성(과거)과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가는 감각(현재), 그리고 사회적 틀에 맞추어 흡수 되어가는 자신에 대한 위화감(미래)을 검정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하나의 선으로 꿰어내며, ‘검정’이라는 무한한 시간의 거울을 통해, 우리가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에서 ‘물고기’는 불확실한 현실을 탐험하는 움직임과, 그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지각의 상태를 은유한다. ‘유영’은 어떤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흐름 속에서 지속되는 움직임에 가깝다. 세 작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세계를 구성하고 그 안을 유영하며, 물결치는 현실 속에서 존재하는 서로 다른 방식을 보여준다.
2026.04.18 -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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