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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모리 코헤이 × 히지카타 메이지 | 일본 미술의 고정 관념을 뒤엎는 장식의 예술
2023.10.14
INTERVIEW
쿄모리 코헤이 x 히지카타 메이지
가와사키시에 있는 오카모토 타로 미술관의 히지카타 메이지 관장이 쿄모리 코헤이 아티스트와의 대화를 통해 작품을 탐구한다. 이번 인터뷰는 동서고금의 장식을 현대적 시각에서 재해석하여 독자적인 시각언어의 구축을 목표로 하는 쿄모리 코헤이 와의 대화이다.
쿄모리 코헤이가 패션에서 순수 미술로 전환한 과정을 다룬 1부 인터뷰에 이어, 2부 인터뷰에서는 현재의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을 탐구한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작품에 사용된 소재나 제작 과정, 지금까지의 작품 시리즈 그리고 중국·베이징에서의 전시회에 관해 이야기한다. 쿄모리의 독창적인 장식 세계에서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변화했는지, 아티스트와 관장의 깊은 대화를 통해 예술의 다의성을 살펴본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
『쿄모리 코헤이 : EXPRESSION M』Whitestone Gallery Beijing
히지카타 : 매력적인 질감표현은 쿄모리 씨 작품의 큰 특징입니다. 제작은 어떻게 진행됩니까?
쿄모리 : 우선, 지금까지 수집해 온 소재로 콜라주를 제작합니다. 예를 들어 베이징 개인전의 메인 비주얼인 <M Nobu col.1>은 왕위나 권위를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에 장군 같은 인물이 말을 타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제작했던 콜라주를 실물 크기로 그립니다. 이것을 다시 일러스트 소프트웨어에 넣어 편집하고, 색 등을 전부 만들어 냅니다.
배경이 될 밑그림은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한 후 물감을 떨어뜨리거나 포일(箔)을 붙이는 등 먼저 제작해 둡니다. 그 위에 소프트웨어로 편집한 디지털 데이터를 캔버스에 직접 인쇄합니다. 그 위에 이와에노구(일본화에 쓰이는 광물성 안료)나 레진 등으로 최종 가공을 하여 독특한 질감을 만듭니다.
화실에서 작업 중인 모습
히지카타 : 캔버스에 인쇄한 거군요. 캔버스에 직접 인쇄할 수 있다니, 그야말로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혼합된 작품이군요. 하지만 완성된 작품은 거의 수작업이라는 인상입니다.
쿄모리 : 원래부터 그래픽으로 작업하고 있었고, 그것을 단순히 인쇄하는 것도 예술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자신에게 좋은 방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디지털적인 요소를 사용하면서도 어떻게 아날로그적인 부분을 추가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 시대의 소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생각했습니다. 다양한 것을 혼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에 도전한 결과, 지금의 스타일이 되었습니다.
화실에서 작업 중인 모습
히지카타 : 쿄모리씨의 작품은 요철이라고 하면 과장된 표현이지만, 부조처럼 반 입체의 이미지와 그래픽적인 도상의 대비가 매력을 고조시킵니다.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매력이라고 생각해 작품을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쿄모리 : 시각적으로 어떻게 보일지, 작품의 매력을 어떻게 방출할 수 있을지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광택이 없어서, 빛을 흡수하는 이와에노구와 빛을 계속 반사하는 레진의 강한 대비가 작품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히지카타 : 작품의 굴곡진 입체감이나, 흐릿하고 침잠된 이와에노구의 까칠까칠한 느낌. 이것은 재질감이든 색이든 직접 작품을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전혀 다른 요소를 하나의 작품에 녹여내고 있는 점도 새롭습니다. 일본화 혹은 서양화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이런 도전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쿄모리 코헤이《M Maria & George col.1》2023
히지카타 : 수작업의 인상도 강하지만, 색도 독특합니다. 신 이와에노구(천연 광물성 안료가 아닌 인공 안료)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죠, 본래의 이와에노구라면 이러한 색이 나오지 않습니다. 현대 미술의 공모전 심사를 하다 보면, 쿄모리 씨뿐만 아니라 이와에노구를 사용하고 있는 작품의 응모가 많이 증가했습니다. 원래는 서양화와 유화 공모전인데, 별로 위화감이 없습니다. 신 이와에노구는 발색이 좋고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쿄모리 : 그렇습니다. 저도 화방에 들어갔을 때 보았던 유리병에 담긴 신 이와에노구의 색이 너무 아름답기도 했고, 일본의 것을 사용하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에서, 이 재료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쿄모리 코헤이《M Ella col.1》2023
일본 고유의 미술이란, 미술과 공예의 경계
『쿄모리 코헤이 : EXPRESSION M』Whitestone Gallery Beijing
히지카타 : 쿄모리 씨는 작품을 시리즈로 생각하고 계시죠. 시리즈로서 전개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쿄모리 :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고 싶다는 생각이 발단이었습니다. 발걸음을 가볍게, 다양한 것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1년에 1회 정도의 빈도로 새로운 시리즈에 착수하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반드시 다른 것을 해보고 싶기 때문에, 이전 시리즈를 완결시킨다는 의미에서 시리즈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히지카타 : '아훔(阿吽) 시리즈'는 작품의 완성도가 꽤 높군요. 작품의 재질감이 매우 매력적이고, 쌍을 이루는 시리즈가 작품의 특징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쿄모리 : 질감에 영향을 주고 있는 UV 레진은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UV 프린트’는 특수한 투명 수지가 글자 위에 얹히는 프린트입니다. 이것을 회화에 응용하고자 여러 실험 끝에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아훔 시리즈를 감상하는 쿄모리 코헤이와 히지카타 메이지
히지카타 : 일본에서는 원래 미술과 공예라는 경계가 전혀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츠지이 노부오 선생님은 전에, “지금 우리가 미술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서양에서 배운 미술일 뿐, 일본이 가지고 있던 미술의 개념은 아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쿄모리 씨의 작품은 서양 미술의 관점에서 볼 때 공예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세밀하게 완성된 작업에서 특히 현저하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일본 미술의 관점에서는 공예적이지 않고, 그 자체로 현대 일본 미술의 한 형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모티브에 관해서도, 여러 가지 장식이 자신 안에서 굉장히 잘 정리되어 있다는 점이 높은 완성도로 연결됩니다. 지금까지 공부한 패션이나 그래픽 디자인을 미술에 잘 녹여내고 있습니다.
쿄모리 : 전체적인 구도는 우키요에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배경의 구성 방법이나 평면성 등 참고한 부분이 많습니다.
쿄모리 코헤이와 교토의 전통 목판 출판사 운소도(芸艸堂)에서 제작한 우키요에《UN men No.2》 2022, 37.0×24.5cm, Sheet, Paper, Edition of 100.
히지카타 : 츠지이 노부오 선생님은 "일본미술의 특징은 장식과 놀이"라고도 하셨습니다. 장식이라는 것은 서양의 언어로 말하자면 장식·디자인이라는 의미가 되지만, 일본의 것과는 다릅니다. 장식과 놀이가 일본 미술의 독자적인 매력이라는 것을, 쿄모리 씨는 의식적인지 무의식적인지 이해하고 있습니다. 서양 미술의 속박이라고 해야 할지, 서양 미술의 시각에서 자유롭게 제작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쿄모리가 바라보는, 다양성 속의 자기 존재
『쿄모리 코헤이: EXPRESSION M』Whitestone Gallery Beijing
히지카타 : 2023년 9월에는 베이징에서 전시회가 있었죠.
쿄모리 : 화이트스톤 갤러리 베이징에서의 개인전은 『M : Expression』 라는 제목으로, majesty (위엄)의 첫 글자를 제목으로 사용했습니다. 지난 전시회『Expression O』 는 장식이 지닌 종교적 장엄함과 종교가 장식을 통해 전달하는 시각적 강인함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이번에는 종교가 아니라 왕족이나 권위를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장식을 걸쳤는지, 장식을 이용해 어떻게 강인함을 보여왔는지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져 왔는지를 시각적으로 고찰할 수 있는 전시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화실에서 작업 중인 모습
히지카타 : 앞으로도 더욱 활약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전개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쿄모리 : 저의 작업은 서양 미술 전통에서 벗어난 독특한 길을 걸어왔고, 제 관점도 매우 다릅니다. 현대 미술과 미니멀리즘 미술은 종종 백인 남성 예술가들에 의해 지배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여성, 아시아인, 아프리카인 등 다양한 소수 집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저는 아시아인 및 일본인 예술가로서 저만의 독창적인 관점과 접근 방식을 통해 입지를 확립하려고 합니다.
쿄모리 코헤이 x 히지카타 메이지
쿄모리 코헤이와 히지카타 메이지 관장의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작품은 장식이라는 독자적인 언어로 관람자에게 이야기를 건네며, 다양한 시대와 문화 간의 대화를 장려하고 있다. 예술은 본래 사람들이 느끼고, 생각하고, 연결되는 수단이지만 쿄모리의 작품은 그 경계를 확장하고,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에 구애받지 않은 장식이라는 인간의 근본적인 행위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쿄모리 코헤이의 개인전을 감상하시고, 온라인 스토어에서 각 시리즈의 작품 상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쿄모리 코헤이 : EXPRESSION M』Whitestone Gallery Beij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