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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가는 예술 여정 : 관계와 자기 발견에 대한 갑빠오 작가의 이야기
2025.01.24
INTERVIEW

갑빠오는 인간과 동물을 독창적으로 표현하는 작품으로 알려진 작가입니다. 작품을 바라보는 이들에 따라 각기 다른 감정과 해석을 불러일으키며, 이는 작품과 관객 사이에 특별한 관계를 형성합니다.
갑빠오의 작업은 도자기, 회화, 입체 작품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릅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작가의 작품 세계와 주제를 탐구하며, 작가 노트의 일부를 함께 소개합니다.
작품에 투영된 관계의 의미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
- 도예, 회화, 설치 등 다양한 미디움에서의 표현이 작가님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의 컨셉이나 제작에 있어 일관된 주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갑빠오:가장 큰 작업의 키워드는 관계입니다. 나와 나를 둘러싼 주변인 사물 동물 자연 혹은 내 자신과의 적절한 거리와 온도가 무엇일지에 대해 표현하고 있습니다.복잡한 현대사회 속의 수많은 관계 맺음 속에서 모호한 표정을 한 사람들은 딱히 누구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어디엔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우리들, 나, 혹은 당신의 얼굴입니다.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모습의 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감정들을 유쾌하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관계란 살아간다는 것이고, 살아간다는 건 관계안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를 탐구하는 것은 살아간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복잡하고 촘촘한 관계망안에서 내 자리의 좌표를 찾아가는 여정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
- 그 주제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갑빠오:모든 출발점이 그렇듯 나에게서 시작되었습니다. 다른 언어와 문화속에서 살아봤던 이탈리아 유학시절이 다시 한번 나에 대해 반추해 볼 수 있는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던 언어로 말을 하려니 간단한 낱말과 비언어적인 요소들을 조합해서 유추하고 소통하는 시기였어요. 언어의 제약이 오히려 상대방의 표정이나 몸짓을 더 깊게 관찰하게 되었고, 관계의 진공상태가 내 자신에 대해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을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계에 대한 테마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것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면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
- 표현기법이 조각, 회화, 입체작품 등 다채로운데 표현 방법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요?
갑빠오:기준이라기보다는 각각의 재료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표현을 작업자로서 할 뿐입니다.
회화에서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을 세라믹에서 하고, 세라믹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부분은 다시 회화에서 풀어내곤 합니다. 이렇게 유기적으로 넘나드는 작업과정이 내 성향과도 맞고, 이건 이렇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나 기준을 나의 예술세계에서 만큼은 무너뜨리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일상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재료들도 많이 사용하는데, 예를 들면 나뭇가지나 솜, 천조각 등 일상의 재료가 새로운 시점으로 발견되는 걸 즐거워합니다.
사소한 것 속에 있는 우주를 바라보다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
- 작품의 아이디어나 영감은 언제, 어떤 때에 생겨나나요?
갑빠오:영감을 특별한곳에서 받는다기 보다는 일상을 살피는 일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일상의 모습들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상상하고 관찰하려고 노력합니다.
작고 사소한 것들 안에 우주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보이지 않는 것들 속에도 아름답고 소중한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우리의 일상은 커다란 영감 덩어리입니다. 그러다 보면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가 생기고, 작품이 시작됩니다.
화이트스톤 갤러리 서울
- 이번 화이트스톤 갤러리 개인전 《NO BOUNDARY》에서 특별히 신경 쓴 것이나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갑빠오:내 스스로 그려온 많은 선들이 시점과 위치에 따라 얼마나 달라지고 흐려지는지를 경험하면서 이번 전시의 제목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노트로 짧은 메세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보고 싶은 것일수록 보이지 않는다.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얀색으로 선을 지우고, 흙을 다시 동그랗게 말아 올리니 자연스러운 형상이 떠오른다.
그것이 그림이 되기도 하고 도자기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구분이나 경계를 짓지 않고 인간과 동식물, 자연과 맺고 있는 관계를 무작위로 자유롭게 연결해 나간다.
그러다 보면 그 끝과 끝은 하나의 선으로 이루어져 있고, 결국 세상의 경계는 원래 없었다는 것을 붓과 흙에게서 배운다."
특별한 의미를 찾지 않아도 괜찮아요
Whitestone Gallery Seoul
- 전시를 보러 온 관람객이 어떤 기분이나 감정으로 작품을 감상하면 좋을까요?
갑빠오:제 스스로도 어떤 상태가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상태인지를 많이 생각하게 되는데, 제 작품을 보러와 주시는 분들도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거대한 주제나 움직임을 보여주는 예술이 이따금 강력해 보이기도 하나 저는 삶의 작은 부분들을 표현하고 싶은 작가로서 관람객들에게 작은 위로와 즐거움을 드리려고 합니다.
특별한 의미를 찾으려고 애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작품에 시선을 맞추다 잠시 머무르는 곳이 있다면 자신만의 이야기를 상상하시면서 조금은 가벼워진다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이나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갑빠오:전시이외에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벽과 공간이 크게 필요 없는 좋은 그림책은 문학과 그림을 아우르는 예술작품인 것 같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갑빠오의 작품은 일상 속 작은 순간부터 지나간 날들의 기억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타인과 나누는 관계를 떠올리게 합니다.
갑빠오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 온라인 전시를 방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